“성당 안 다니는데, 여긴 한번 가보고 싶네”… 가을에 더 깊어지는 이색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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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추천 여행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이범수 (제천시 ‘배론성지’)

한 종교가 뿌리내리는 과정에는 공식 기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소들이 있다. 특히 19세기 초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숨어 살며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공간은 한국 천주교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현장이다.

이곳에는 1801년 신유박해와 관련된 토굴부터 1855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정식 신학교까지 여러 역사적 흔적이 한데 모여 있다. 한국 천주교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묘소와 그를 기념하는 대성당도 자리한다.

골짜기를 둘러싼 산세와 연못, 나무가 어우러져 순례 목적이 아니더라도 조용히 걸어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봄에는 신록이,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주변 경관을 바꾸면서 종교와 관계없이 찾을 만한 산책지로도 알려져 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이범수 (제천시 ‘배론성지’)

박해를 피해 형성된 교우촌에서 한국 천주교사의 핵심 공간으로 이어진 이색 역사 여행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배론성지

“종교가 달라도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한국 최초 신학교부터 박해의 흔적까지 남은 무료 역사 산책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이범수 (제천시 ‘배론성지’)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에 자리한 배론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주요 성지 가운데 하나다. 치악산 동남쪽 기슭의 산악지대에 들어서 있으며, 골짜기의 모습이 배 밑바닥을 닮았다고 해 ‘배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배론성지의 시작은 화려한 종교시설과 거리가 멀다. 1800년대 신유박해를 피해 산으로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 정착해 옹기를 구우며 생계를 이어갔다.

외부의 눈을 피해 신앙을 지키던 교우촌이 형성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천주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됐다.

대표적인 역사 현장이 ‘황사영 백서 토굴’이다. 1801년 신유박해 당시 황사영 알렉시오가 몸을 숨겼던 곳으로 전해진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이범수 (제천시 ‘배론성지’)

그는 이곳에서 조선 천주교가 처한 박해 상황과 신앙의 자유를 요청하는 내용을 비단에 적어 북경 주교에게 전달하려 했다. 현재 토굴은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처했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공간으로 남아 있다.

성요셉 신학교 역시 주목할 만하다. 1855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정식 신학교로, 서양인 신부들이 신학생을 교육하며 사제 양성을 이어갔던 곳이다.

배론성지가 박해를 피해 몸을 숨기던 공간에서 성직자를 길러내는 교육의 현장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성지 안에는 한국 천주교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기억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 신부의 묘소와 기념 대성당을 함께 볼 수 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이범수 (제천시 ‘배론성지’)

대성당은 ‘배론’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건축에 반영해 천장을 배 밑창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공간의 역사와 지명을 건축적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배론성지는 종교 유적을 차례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와 연못 주변을 따라 산책할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주변 풍경도 크게 달라진다.

특히 가을에는 나무가 붉게 물들면서 성지 특유의 차분한 공간과 어우러진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역사문화 공간과 자연을 함께 둘러보려는 여행객이 방문할 수 있는 이유다.

차량 방문객은 정문에 마련된 넓은 무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기도학교 앞에도 주차 공간이 있으나 주말이나 미사 시간대에는 정문 주차장을 이용하는 편이 편리하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이범수 (제천시 ‘배론성지’)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제천 버스터미널에서 배론성지 방면 852번 시내버스가 운행되며, 제공된 안내 기준 하루 약 3회 오전 8시 10분, 오후 1시, 오후 6시 40분에 출발한다. 버스 운행 시간은 방문 전 최신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좋다.

배론성지는 1801년 박해의 흔적과 1855년 세워진 신학교, 한국 천주교 두 번째 사제의 이야기가 하나의 골짜기에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역사 여행지다.

선선한 바람이 걷기 좋은 9월, 화려한 볼거리보다 오래 남는 이야기를 찾아 조용한 성지의 길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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