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추천 여행지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다. 궁궐과 박물관을 제외하면 조선 시대와 근대의 모습을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곳곳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들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인왕산 기슭에 자리한 ‘인왕사’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경복궁을 보호하기 위해 창건한 이 사찰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한동안 방치되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종단이 함께 자리 잡게 되었고, 현재는 각기 다른 종파의 사찰들이 인왕사라는 이름 아래 공존하고 있다.
사찰과 마을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봄철 계절꽃들로 한층 더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인왕사를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그 끝에는 ‘국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시대 기우제와 기청제가 열렸던 장소로, 원래는 남산 정상에 있었지만 1925년 일제에 의해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조선 태조와 무학대사가 기도를 올렸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현재는 중요민속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어 있다.
국사당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선바위로 향하는 길과 기도처들이 이어진다.
‘선바위’는 1억 5,000만 년 전 형성된 자연석으로,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장삼을 걸친 스님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선(禪)바위’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소원바위’라고도 불린다.
선바위 앞에는 기도하는 이들을 위한 촛불 봉헌대와 다양한 소망을 담은 현수막이 마련되어 있다.
바위의 전면은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측면과 후면은 또 다른 인상을 준다. 바위 뒤편 소나무 옆에 서면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산타워도 선명하게 보인다.
한편 이곳에는 조선 태조가 도성을 건설하며 성곽의 경계를 정했던 일화가 전해진다.
당시 정도전과 무학대사는 성곽의 위치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고, 태조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조가 눈 내린 선바위에 올랐는데, 한쪽은 눈이 모두 녹아 있었고 반대쪽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태조는 이를 하늘의 뜻으로 여겨, 눈이 녹은 경계를 따라 성곽을 조성하도록 했다.
후에 서울 성곽을 ‘설성(雪城)’, 도성을 ‘설(雪)울’이라고 부르던 것이 변형되어 오늘날 ‘서울’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신라의 ‘서라벌’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나, 이러한 추측 및 이야기를 떠올리며 거닐다 보면 더욱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선바위를 지나면 휴식을 취하기 좋은 평평한 암반이 나타난다. 더 나아가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골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대문 방향으로는 서대문형무소가 가까이 보이며, 해가 질 무렵에는 장관을 이루는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특히 3월이면 산수유꽃이 노랗게 피어나 한층 더 운치 있는 풍경을 선사한다.
하산할 때는 인왕산 호랑이 동상 방향으로 내려가도 좋다. 남산과 성곽을 조망한 뒤, 호랑이 동상 앞에서 길을 따라가면 단군성전과 사직단으로 이어진다.
초소책방을 지나 윤동주문학관으로 가는 길도 마련되어 있다. 중간에 수송동계곡을 따라 서촌으로 내려가 맛집과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