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산길을 걸어야만 트레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파도가 절벽을 때리고 다른 쪽에서는 기암이 연달아 등장하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면 몇 킬로미터를 이동해도 풍경이 쉽게 반복되지 않는다.
전체 길이만 58km에 달하는 이 길은 하나의 긴 산책로가 아니라 해변과 절벽, 기암, 설화가 깃든 장소를 차례로 연결한 대규모 해안 트레킹 코스다. 독수리 바위와 여왕바위, 힌디기 바위처럼 이름부터 독특한 지형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바다 바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동해의 파도와 나란히 걷는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바닷가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보랏빛 해국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하루에 58km를 모두 걸을 필요도 없다. 4개 구간 가운데 원하는 코스를 선택하거나 일몰이 아름답기로 알려진 선바위길처럼 특정 구간만 골라 걷는 방식도 가능하다.

연중무휴에 이용료까지 없어 날씨와 체력에 맞춰 부담 없이 코스를 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절벽과 기암 사이를 직접 걸으며 동해의 지형을 경험하는 8월 말 무료 해안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바다 구경만 하는 곳 아니다, 58km 해안선 따라 절벽·기암·보랏빛 해국까지 만나는 무료 길”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2790번길 20-18 일대에서 만날 수 있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한반도 동쪽 끝자락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다. 전체 길이는 약 58km로 포항 12경 가운데 여러 명소가 이 구간에 포함돼 있다.
길은 크게 4개 구간으로 구성된다.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전해지는 청림 일월에서 시작해 도구해변과 선바위길, 구룡소를 지나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이어지는 형태다.
여기에 해파랑길 13·14코스와 연결되는 다섯 번째 코스까지 포함하면 여행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구룡포항과 양포항을 거쳐 장기면 두원리까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할 수 있어 하루짜리 가벼운 산책부터 여러 구간을 연결하는 장거리 걷기까지 일정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이 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다와 걷는 사람 사이의 거리다. 전망대에서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는 방식이 아니라 해안선을 따라 길이 이어져 파도와 기암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구간이 많다.

깎아지른 해안절벽 아래에서는 동해의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고 이동할 때마다 해안선의 형태가 달라진다. 평탄하고 단조로운 산책로보다 지형의 변화가 뚜렷해 걷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기암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구해수욕장을 비롯해 독수리 바위와 여왕바위, 힌디기 바위 등 독특한 이름과 형태를 가진 지형이 차례로 등장한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걷기보다 각각의 바위를 찾아보며 이동하면 길의 재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4개 구간 가운데 특히 주목할 곳은 2코스 선바위길이다. 이 구간은 일몰 시간대에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가 낮아지면서 붉어진 빛이 바위와 바다에 동시에 닿아 낮과는 전혀 다른 해안 풍경을 만든다.
따라서 8월 말에는 무더운 한낮을 피해 늦은 오후부터 걷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바위길을 중심으로 일정을 잡으면 비교적 기온이 낮아지는 시간에 걷다가 일몰까지 연결할 수 있다.

계절의 변화도 길 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늦여름을 지나 초가을로 접어들면 해안 바위 주변에서 보랏빛 해국을 만날 수 있다. 거친 바닷바람과 암석이 만드는 풍경 사이로 작은 꽃이 등장하면서 절벽 중심의 강한 풍경에 또 다른 색을 더한다.
해가 진 뒤에는 달빛이 바다 위로 비치는 야간 산책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여명과 황혼처럼 빛이 빠르게 변하는 시간대를 선택하면 같은 해안에서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해안절벽과 파도 가까이로 이어지는 길인 만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상 상황에 따라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으며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일부 구간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방문 전 날씨와 현장 통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연중무휴로 이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이용요금은 없다. 전체 58km를 완주해야만 이 길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아니다. 체력과 일정에 따라 원하는 구간을 골라 짧게 걷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바다는 가만히 바라볼 때와 그 옆을 직접 걸을 때 전혀 다른 여행지가 된다. 파도가 부딪치는 절벽을 지나 이름 묘한 기암을 하나씩 찾아보고, 운이 좋다면 바위틈의 보랏빛 해국까지 만날 수 있다.
이번 8월 말에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동해 대신, 파도 소리를 바로 옆에 두고 걷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로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