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수백 년 된 목판 8만여 매를 별도의 냉난방시설 없이 보존해온 사찰이 있다. 그 중심에는 건물 자체의 통풍과 온습도 조절 원리를 활용해 목판을 지켜온 독특한 목조건축물이 자리한다.
보관된 고려대장경판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한국 불교사를 넘어 세계적인 기록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사찰의 역사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려 태조 왕건과 승려 희랑에 얽힌 일화까지 남아 있어 종교시설 이상의 역사적 의미도 품고 있다.
대적광전과 명부전 등 주요 전각뿐 아니라 여러 부속 암자가 산자락 곳곳에 자리해 비교적 한적한 탐방도 가능하다. 주변은 국립공원과 천연림 보호구역으로 이어져 문화유산과 산림 경관을 한 동선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입장료 없이 연중 개방돼 세계적인 기록유산을 품은 천년 사찰을 비용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9월, 기록유산과 불교사, 산림 경관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천년 사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해인사
“8만여 매 목판을 수백 년 지켜낸 건물이 있다”, 세계기록유산까지 무료로 만나는 천년 사찰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에 위치한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 순응과 이정 두 스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화엄사상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중심 도량으로 설립됐다.
사찰 이름은 화엄경에 등장하는 수행 경지인 ‘해인삼매’에서 유래했다. 특히 ‘법보종찰’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고려대장경판이 대장경판전에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해인사의 역사에는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후백제 견훤의 공격에 맞서 해인사 승려 희랑의 도움을 받은 왕건은 이후 보은의 뜻으로 해인사를 고려의 국찰로 삼고 전지 500결을 하사했다.
이는 당시 해인사가 종교적인 역할뿐 아니라 정치·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도 불교 중심 도량으로 기능을 이어왔다.

경내에는 대적광전과 명부전, 독성각, 응진전 등 여러 전각이 자리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고려대장경판을 보관하는 대장경판전이다.
대장경판전은 현대적인 냉난방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온도와 습도, 통풍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도록 설계된 목조건축물이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8만여 매에 이르는 목판을 수백 년 동안 보존해왔다.
고려대장경판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오랜 세월 목판을 보존해온 방식 역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 전각만 둘러보고 돌아서기에는 주변 탐방 요소도 다양하다. 해인사 일대에는 원당암과 홍제암, 용탑선원, 고운암, 간월암, 청량사 등 여러 부속 암자가 분포한다. 이들 공간은 사찰의 수행과 교육 기능을 보조하며 중심 경내와는 또 다른 탐방 동선을 만든다.

사찰이 자리한 가야산 국립공원 일대는 천연림 보호구역으로도 지정돼 있다. 문화재 관리와 자연환경 보전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전각과 기록유산을 살펴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산림 경관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초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는 천년 사찰의 건축과 주변 숲을 함께 둘러보는 방식으로 일정을 구성하기 좋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어 차량을 이용한 방문도 가능하다.
오래된 사찰은 많지만 세계적인 기록유산과 이를 수백 년간 보존해온 건축물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이번 9월, 8만여 매의 목판이 견뎌온 시간을 따라 천년 사찰과 가야산의 숲을 함께 걸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