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여행 일정표를 빽빽하게 채우기보다 잠시 멈추고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한 계절이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9월은 숲길을 걷거나 조용한 공간에서 생각을 정리하기에 알맞다. 꼭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만 가능한 여행도 아니다.
한옥에서 차와 책을 즐기고, 80년 넘은 나무가 이어지는 숲을 걷거나 도심 가까운 정원에서 쉬어가는 방법도 있다. 반세기 넘게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된 장소의 역사를 돌아보며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거나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생태공원을 걷는 여행도 가능하다.
역사와 자연, 건축, 숙박처럼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천천히 머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관광공사는 이런 여행지를 ‘비움’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어 9월에 찾아볼 만한 6곳을 선정했다. 선선한 가을바람을 따라 걷고 머물며 일상의 속도를 잠시 낮출 수 있는 9월 비움 여행지 6곳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비움 여행지 6선
“여행까지 바쁘게 다닐 필요 있나요, 80년 숲부터 한옥 온탕까지 ‘가만히 쉬러’ 가는 6곳”

첫 번째는 수원화성 성곽 안쪽 남수동 골목길에 자리한 남수헌이다.
전통 한옥의 단아한 미학에 현대적인 편의를 더한 한옥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총 12개의 한옥 객실을 운영한다. 객실 유형에 따라 다실과 마당을 갖췄으며 일부 객실에서는 프라이빗 온탕도 이용할 수 있다.
숙박에만 초점을 맞춘 공간도 아니다. 1층에는 갤러리카페와 라이브러리가 마련돼 전시와 차,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옥에서 머물며 수원화성 풍경까지 만날 수 있어 빠르게 관광지를 이동하기보다 한 장소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여행과 잘 맞는다.
포천 국립수목원은 시간의 깊이부터 남다르다. 1468년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된 이후 철저하게 보호받아온 온대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천연림이다.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내부에는 산림박물관과 산림생물표본관,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 전문 연구·전시시설이 마련돼 있다. 생태 탐방로도 다양하며 전나무 숲길과 육림호 산책로를 걸으며 오랜 시간 보존된 숲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가평 잣향기푸른숲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산림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는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림이 국내 최대 규모로 분포한다.
완만한 경사의 무장애 나눔길을 비롯해 여러 숲길이 조성돼 있어 연령에 관계없이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거대한 시설이나 화려한 체험보다 오래된 잣나무 사이를 걷는 시간이 여행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은 자연 속 휴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비우고 채우는 장소다. 매향리는 반세기 넘게 미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으며 기념관은 당시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 평화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건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붉은 벽돌과 자연광을 활용해 차분한 공간을 만들었으며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을 운영한다.
관람을 마친 뒤 가까운 매향리평화생태공원까지 둘러보면 폭격훈련장이 평화의 공간으로 변화한 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부천 자연생태공원은 하루에도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수목원과 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공원 내 부천무릉도원수목원에는 1천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암석원과 약용식물원, 명상원, 하늘호수 등 테마 공간도 다양하다.

낮에는 초록빛 수목원을 걷고 해가 진 뒤에는 빛과 미디어아트가 더해진 숲을 만날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자연 산책과 야간 관광을 연이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지막은 의정부 도심과 바로 맞닿아 있는 직동근린공원이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수목과 산책로가 이어지고 칸타빌라정원, 청파원, 힐빙정원, 피크닉정원 등 4개 테마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축구장을 비롯한 다목적 체육시설과 어린이 야외체험장, 야외공연장도 갖췄다. 공원 산책로는 북한산국립공원 사패산 일대 안골계곡까지 이어져 도심 공원에서 자연으로 보폭을 넓혀갈 수도 있다.
한옥 온탕에서 쉬는 여행부터 80년 넘은 잣나무 사이를 걷고 역사의 상처가 평화로 바뀐 공간을 돌아보는 여행까지 ‘비움’의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이번 9월에는 더 많이 보는 여행보다 조금 덜 보고 오래 머무는 여행으로 지친 일상에 여백 하나를 만들어보자.















정말 공감해요. 꽉 찬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