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날이 흐릴수록, 경치는 오히려 선명해진다. 일반적인 여행지와는 정반대의 조건에서 진가를 드러내는 이곳은 최근 여행객 사이에서 조용히 회자되고 있다.
화창한 날보다 비 오는 날, 뿌연 물안개가 끼는 흐린 날일수록 절경을 연출한다. 산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와 기암괴석, 허공에 걸린 출렁다리가 합쳐지면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출렁다리는 바닥 아래로 폭포수가 쏟아지는 구조물 위에 설치돼 있어, 단순한 다리를 넘어선 체험을 제공한다.
주변에는 거대한 마애불과 기묘한 바위굴, 수직 절벽까지 있어 볼거리도 풍부하다. 여느 사찰과는 다른 생경한 인상의 이곳은 자연을 따라 마음이 깊어지는 장소로도 평가받는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 날씨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흐릴수록 아름다워지는 이색 명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구절산 폭포암
“지형 자체가 관광자원, 사람들이 잘 모르는 힐링여행지”

경남 고성군 동해면 외곡1길 535에 위치한 ‘구절산 폭포암’은 현각 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산 전체는 구절산으로 불리며 폭포암은 그 산의 절벽과 계곡 지형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사찰 입구부터 기암괴석이 눈에 띄고, 곳곳에 작은 폭포와 절벽이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입체적 지형을 형성한다. 특히 사찰 뒤편 제3폭포 위에는 구절산 출렁다리가 설치돼 있다.
이 출렁다리는 높이 50미터, 길이 35미터의 규모로, 방문객이 직접 걸어 올라야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다리 위에서는 발아래로 폭포수가 흐르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다리의 움직임이 더해져 짧지만 긴장감 있는 체험을 만들기도 한다.

기상조건이 이 지역의 풍경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자연명소와 비교해 두드러진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는 날이면, 산 중턱부터 수증기가 올라와 사찰 일대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린다.
특히 폭포 주변에 형성되는 안개는 바위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과 겹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대기 중 습도가 높아지는 흐린 날일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일반적인 관광객에게는 비일상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사찰 일대는 자연경관 외에도 역사적·문화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황금빛 약사여래마애불은 벽면에 조각된 불상으로, 사찰의 중심 신앙 대상을 상징한다.

인근에는 흔들바위와 백호굴, 보덕굴 같은 자연 지형이 탐방 동선을 따라 배치돼 있어, 전체 코스를 걷는 동안 다양한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산행이나 사찰 참배를 넘어선 복합 탐방을 가능하게 한다.
탐방 조건도 비교적 자유롭다. 입장은 무료이며 별도의 예약 없이 언제든 방문 가능하다.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 사찰 인근에 마련된 주차 공간 역시 무료로 개방돼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
고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트레킹 차원의 산행도 가능해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일교차가 커지는 10월 말, 기온과 습도 모두 자연경관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 시기에 구절산 폭포암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