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웬 말 한 마리가 뛰어다니나 했더니”… 1만693㎡ 들녘에 숨은 ‘적토마 논그림’ 이색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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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붉은색·황색 유색 벼로 완성한 초대형 들녘 그림
출처 : 연합뉴스, 촬영 박재천 기자 (괴산 들녘의 적토마)

논이 거대한 캔버스로 변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물감 대신 자주색과 붉은색, 황색을 띠는 벼를 도안에 맞춰 심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색이 다른 벼를 모아 심는 것이 아니라 품종별 색과 생육 특성을 고려해 원하는 형상이 드러나도록 배치한다.

올해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갈기를 흩날리며 질주하는 적토마가 푸른 들녘 한가운데 등장했다. 특히 8월 말은 유색 벼가 가진 고유한 색이 가장 뚜렷해 그림의 윤곽과 색채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기다.

가을로 접어들어 벼가 노랗게 익으면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지만 논그림의 흔적은 계속 남는다.

출처 : 괴산군 (올해 논 그림 시안)

2008년부터 매년 이어져 이제는 특허 기술까지 품게 된 살아 있는 들녘 예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문광저수지 유색 벼 논그림

“물감 한 방울 안 썼는데 1만㎡ 논에 적토마가 달린다, 지금 색이 가장 선명한 이색 들녘”

출처 : 연합뉴스, 촬영 박재천 기자 (괴산 들녘의 적토마)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신기리 문광저수지 아래 들녘에 거대한 ‘붉은 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논 위에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을 띠는 벼를 심어 완성한 유색 벼 논그림이다.

논그림이 조성된 면적은 1만693㎡에 달한다. 넓은 논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해 도안을 그리고, 정해진 위치에 색이 다른 벼를 심어 멀리서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도록 조성했다.

괴산군은 ‘친환경 농업 고장’을 표방하며 2008년부터 매년 이러한 논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주제를 정한 뒤 밑그림에 맞춰 유색 벼를 심는 방식으로 들녘에 대형 작품을 완성한다.

2026년 작품의 주제는 ‘붉은 말’이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활력과 진취성을 상징하는 말을 소재로 선택했다. 완성된 그림에서는 적토마 한 마리가 갈기를 흩날리며 들판을 질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괴산군 (들녘 수놓은 말 그림)

그림을 만드는 재료는 모두 벼다. 일반 품종인 알찬미와 함께 황도, 자도, 적도 등 서로 다른 색을 띠는 유색 벼 품종을 사용했다. 자주색과 붉은색, 황색 등이 도안에 따라 배치되면서 말의 형태와 세부적인 색채를 표현한다.

이 방식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특허로도 등록돼 있다. 자주색·붉은색·황색 등 여러 색상의 벼를 도안에 맞춰 정교하게 심어 그림을 만드는 ‘유색벼를 이용한 논의 그림 형성 방법’은 특허 제10-1075121호로 등록된 기술이다.

논그림의 또 다른 특징은 완성된 모습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벼가 실제로 자라는 농작물인 만큼 생육 단계에 따라 색과 풍경이 계속 변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특히 현재인 8월 말은 올해 작품을 감상하기 좋은 시점이다. 괴산군에 따르면 지금이 유색 벼 고유의 색이 가장 뚜렷해 ‘붉은 말’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적기다. 현재의 푸른 논과 여러 색의 유색 벼가 대비되면서 적토마의 형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괴산 문광저수지)

시간이 지나 가을이 깊어지면 풍경도 달라진다. 벼가 노랗게 익으면서 지금과 같은 색 대비는 줄어들지만 논그림 자체의 흔적은 남는다. 8월 말의 강렬한 색채와 가을철 황금빛 들녘 속 그림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작품에 사용된 유색 벼도 한철 전시를 끝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군은 오는 10월 유색 벼를 일반 벼와 구분해 따로 수확할 예정이다. 여기서 확보한 종자는 다시 이듬해 논그림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매년 그림을 새롭게 만들면서도 전년도에 자란 벼의 종자가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농업 생산 공간인 논을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실제 벼의 생육과 수확 과정까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조형물이나 야외 미술작품과 성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지금 찾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8월 27일 현재는 유색 벼의 색이 가장 뚜렷한 시기로, 올해 주제인 ‘붉은 말’의 형태와 색채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벼가 익어가면서 작품의 모습 역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괴산 문광저수지)

1만693㎡의 논에 붓 대신 벼를 심어 완성한 그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모습을 바꾸고, 10월 수확된 종자는 다시 내년 작품으로 이어진다.

한 해에 한 번, 그것도 계절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들녘을 만나고 싶다면 붉은 말의 색이 가장 또렷한 지금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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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멋진 작품이네요. 붉은 말 그림을 벼 사이로 심는 아이디어, 상상만 해도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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