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가을이면 수천 그루의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하지만 그 많은 나무 중, 단 한 그루만이 천 년의 세월을 지나 지금도 전설을 품고 서 있다.
이름도, 별칭도 거창하지 않지만 이 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에게 위로와 믿음을 건넸다. 바람 부는 날이면 노란 잎 대신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고, 해가 질 무렵이면 나무 아래에선 종교도 신념도 없이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이 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수령 때문만이 아니다. 꿈에 나타나 가장 소중한 이의 모습으로 말을 걸고, 잊고 있던 감정에 길을 터주는 ‘말하는 나무’로 불리기 때문이다.
오래된 전설이 지금까지도 마을 사람들의 생활 속에 남아 있고,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은 마을은 계절마다 조용한 생기를 품는다.

단풍보다 한발 먼저 마음을 물들이는 치유의 공간, 말하는 은행나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말하는 은행나무
“구전 전설 품은 노거수, 10월 중순 단풍철엔 황금빛 풍경까지 완성”

경상북도 칠곡군 기산면 각산3길 113에 위치한 ‘말하는 은행나무’는 수령 약 1,0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다.
이 나무는 1018년, 고려 현종 9년에 심어진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는 칠곡군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군의 상징목으로도 등록돼 있으며 지역 주민들로부터는 마을의 수호목으로 여겨진다.
은행나무는 각산마을 중심부에 자리해 있으며 주변으로는 사랑의 치유 숲 체험장이 조성돼 있다. 마을에서는 ‘말하는 은행나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해 관련 체험과 특산물 판매를 운영 중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 주도로 구성되며 방문객에게 자연 속에서의 쉼과 소규모 교류를 제공한다.

이 나무와 관련된 구전 전설도 독특하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이 은행나무는 꿈에 나타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 등장하며 방문자의 마음을 위로하거나 길을 제시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나무 아래에 잠시 머물거나 손을 얹으면 실제로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는 이들도 있다. 전설과 체험이 결합된 이 마을의 접근 방식은 관광지보다는 마을 공동체 중심의 문화재 활용 사례로 주목받는다.
은행나무의 단풍은 10월 중순 무렵부터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지금은 잎이 채 물들지 않았지만, 노란 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마을 전체가 가을 정취로 가득 찬다.
그러나 단풍보다 이른 시기에 방문하더라도 전설과 이야기, 천년의 시간을 머금은 수형은 여전히 그 의미를 충분히 전한다.

관람은 무료로 가능하며 특별한 운영 제한은 없다. 조용한 가을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예약이나 장비 없이도 찾을 수 있는 이색적인 자연 명소, ‘말하는 은행나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