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안에 그리스 신전 같은 건물이 있다, 밤 9시까지 볼 수 있는 이색 역사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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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 궁궐 야간 여행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홍희정 (서울 덕수궁 석조전)

한 궁궐 안에서 조선의 전통 전각과 유럽풍 석조건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기와지붕과 단청을 따라 걷다가 몇 걸음 옮기면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기둥과 붉은 벽돌 건물이 등장해 다른 궁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히 서로 다른 건축양식을 모아놓은 결과가 아니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던 격동기에 서양 문물이 유입되고 황실이 새로운 국가의 모습을 갖춰가던 과정이 궁궐 곳곳에 남은 것이다.

처음부터 왕궁이었던 장소도 아니다. 본래 월산대군의 사저였지만 임진왜란으로 다른 궁궐이 불타면서 선조가 임시 거처로 사용했고, 이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돌아와 대한제국의 법궁으로 삼으면서 중요한 역사의 무대가 됐다.

밤까지 궁궐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후 9시까지 상시 야간 개장해 조명이 켜진 전통 전각과 서양식 건축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며, 궁 밖으로 나오면 돌담길 산책도 이어갈 수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덕수궁)

전통 궁궐 건축만 떠올리고 방문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조선과 대한제국, 전통과 서양 건축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궁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덕수궁

“전통 법전 옆에 르네상스 석조건물이 서 있다, 밤 9시까지 만나는 대한제국 황궁”

출처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 석조전)

덕수궁은 서울 도심에서 조선의 궁궐 건축과 근대 서양식 건축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한제국의 황궁이다.

본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였으나 임진왜란 당시 다른 궁궐이 소실되면서 선조가 임시 거처로 사용하며 궁궐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환궁해 이곳을 대한제국의 법궁으로 삼았다. 고종이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에는 고종의 덕과 장수를 기린다는 의미에서 현재의 ‘덕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궁 안에서 전통 궁궐의 모습을 대표하는 건물은 중화전이다. 국가의 공식 행사가 열렸던 정전으로,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두 마리 용 문양과 황금색 창호가 특징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덕수궁)

중화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건물이 석조전이다. 영국 기술자들이 설계한 르네상스·로코코 양식의 서양식 석조건물로, 늘어선 기둥에서는 서양 건축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 곳곳에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도 장식돼 있다.

정관헌에서는 동서양 건축 요소가 한 건물 안에서 만난다. 고종이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했던 곳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의 기둥을 사용하면서도 난간에는 청룡과 박쥐, 꽃병 등 전통 문양을 새겨 넣었다.

외국 사신 접견과 연회가 열렸던 돈덕전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화려한 유럽풍 벽돌 건물로 복원됐으며 현재는 대한제국의 외교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람시간을 활용하면 낮과 밤의 궁궐을 한 번에 경험할 수도 있다. 덕수궁은 오후 9시까지 상시 야간 개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해가 진 뒤에는 조명이 들어온 중화전과 석조전이 낮과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김지호 (덕수궁)

관람을 마친 뒤에는 정동길로 이어지는 덕수궁 돌담길까지 걸어볼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석조전에서 클래식 음악과 커피인 가배, 다과를 즐기는 특별 프로그램 등이 열리기도 하므로 참여를 원한다면 별도의 예매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궁궐 하나를 걸으면서 조선과 대한제국의 변화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중화전에서 석조전과 정관헌, 돈덕전으로 차례로 이동하며 건축양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면 격변하던 시대의 흔적을 더욱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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