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라길래 쓸쓸할 줄 알았는데”… 숲길 끝에서 만나는 조선 최고의 사색 여행지

댓글 0

8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진군 ‘다산초당’)

한여름 여행이라고 반드시 바다나 계곡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울창한 산자락을 걸으며 한 인물이 남긴 생각과 삶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도 8월에 잘 어울린다.

특히 이곳은 조선 후기 실학을 대표하는 학자가 오랜 유배생활 가운데 가장 왕성하게 연구와 저술에 몰두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고 조선의 행정과 제도, 민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며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단순히 옛집 한 채를 둘러보는 유적지가 아니라 당시 사용했던 샘과 차를 끓이던 돌, 직접 글자를 새겼다고 전해지는 바위까지 남아 있어 한 학자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산기슭에 자리해 주변 풍경과 함께 둘러보기 좋고 상업시설이 많지 않아 번잡한 여름 관광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입장료 없이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을 낮춰준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진군 ‘다산초당’)

이번 8월, 책에서만 접했던 조선 실학자의 삶을 실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 여행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다산초당

“18년 유배가 600여 권의 저술로 남았다, 입장료 없이 걷는 조선 실학자의 사색 공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진군 ‘다산초당’)

전라남도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길 68-35에 자리한 다산초당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거처하며 학문과 저술 활동을 펼친 유적지다.

초당은 만덕산 기슭에 자리하며 강진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지형을 갖추고 있다. 정약용의 호로 익숙한 ‘다산’ 역시 이 지역 귤동 뒷산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정약용은 1801년 신유사옥으로 경상도 장기에 유배됐다가 황사영 백서사건과 관련돼 다시 강진으로 옮겨졌다. 이후 무려 18년에 걸친 유배생활을 강진에서 보냈다.

처음부터 초당에서 생활했던 것은 아니다. 유배 초기 8년 동안에는 읍내 주막을 비롯해 고성사의 보은산방, 제자 이학래의 집 등을 거쳤다. 1808년 봄부터 해배된 1818년 9월까지 본격적으로 초당에 머물렀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진군 ‘다산초당’)

이 시기는 정약용의 학문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그는 이곳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한편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등을 비롯한 600여 권의 방대한 저술을 완성했다.

성리학의 관념적인 논의에 머무르기보다 백성의 삶과 행정, 국가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 했던 그의 실용적 문제의식이 구체적인 저술로 정리된 장소인 셈이다.

현재의 초당은 1957년 다산유적보존회에 의해 복원됐다. 정약용이 생활했던 동암과 제자들이 머물렀던 서암도 함께 복원돼 당시 공간의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주변에 남아 있는 세부 유적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을 제대로 둘러보는 방법이다. 병풍바위에는 정약용이 직접 새겼다고 전해지는 ‘정석(丁石)’ 두 글자가 남아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진군 ‘다산초당’)

다산이 수맥을 찾아 사용했다는 약천도 볼 수 있다. 차를 끓이는 데 이용했던 반석인 다조와 연못, 석가산이 어우러진 연지석가산도 실물로 확인할 수 있어 문헌 속 인물의 생활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천일각에서는 또 다른 인간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정약용이 흑산도에 유배된 둘째 형 정약전을 그리워하며 지은 정자로 전해지는 곳이다. 학자와 사상가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까지 공간에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곳은 건축물 하나만 보고 돌아서는 방식보다 주변 유적을 하나씩 찾아가며 천천히 걷는 편이 어울린다.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인근 유적지와 연계해 둘러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다산초당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시설도 마련돼 있어 자가용으로 방문할 수 있다. 주변에 상업시설이 많지 않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탐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진군 ‘다산초당’)

화려한 볼거리보다 오래 기억되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런 여행도 좋다. 이번 8월에는 18년의 유배를 학문과 실천으로 견뎌낸 한 실학자의 발자취를 따라 만덕산 숲길을 천천히 걸어보자.

0
공유

Copyright ⓒ 발품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관심 집중 콘텐츠

“맨날 강아지만 집에 두고 떠났는데”… 9월 12~13일에만 열리는 케이블카 반려견 동반 탑승 이벤트

더보기

“지금 만개한 꽃 스폿, 바로 여기예요”… 현재 절정인 8천㎡ 해바라기 꽃밭 무료 명소

더보기

“친구야, 이번 주말 고기는 여기서 먹자”… 한우 사자마자 구워 먹는 가을 미식여행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