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가을이 깊어질수록 강물과 나무 사이를 걷고 싶은 이들이 늘어난다. 붉은 단풍이나 억새로 덮인 산이 아닌, 물과 숲이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찾는다면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산속 등산로보다 덜 알려졌지만, 그만큼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길도 있다. 강 위를 가로지르며 흔들리는 이 다리는 걷는 이에게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움직이는 전망대를 제공한다.
국내 하천 가운데 가장 긴 인도교로 기록된 이 구조물은 오직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발아래 흐르는 물길과 맞은편 숲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며 그 길의 끝에는 또 다른 숲길이 이어진다.
거대한 철 구조물이나 관람시설 없이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이유는 그 길 위에 머무는 시간이 유독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걷는 내내 주변 풍경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대황강 출렁다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대황강 출렁다리
“다리 건너면 바로 시작되는 다층형 산림 트레킹 루트”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 412-5에 위치한 ‘대황강 출렁다리’는 대황강을 횡단해 죽곡면 태평리와 목사동면 구룡리를 연결하는 길이 185m의 인도교다.
국내 하천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다리 중 가장 긴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차량 통행 없이 오로지 사람만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통 전까지는 두 지역을 오가려면 강을 크게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주민과 방문객 모두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다리 개설 이후 직접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출렁다리라는 이름답게 걸을 때 다리 구조가 위아래로 출렁인다. 흔들림 폭은 약 30cm 정도로 설계돼 있어 지나칠 정도의 진동은 아니며 체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흔들림은 다리의 안정성이나 구조적 견고함과 무관하며, 설치된 안전장치와 구조적 기준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실제로 남녀노소 누구나 건널 수 있을 만큼 안전성은 확보돼 있으며 오히려 흔들리는 감각 자체가 다리 위 체류 시간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먼저 소나무숲길이 이어지고, 이후에는 대나무숲길, 삼나무숲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각 구간마다 식생이 달라 향도 다르고 경관도 바뀌어 단일한 숲을 걷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강을 따라 나란히 걷는 일부 구간은 그늘과 수면의 반사로 인해 여름철에도 체감 온도가 낮다. 지금 같은 가을에는 다양한 낙엽과 색채가 더해져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출렁다리 인근에는 보다 긴 트레킹 코스도 마련돼 있다. 18번 국도 건너편에서 시작하는 이 코스는 대황강을 따라 총 25km가량 이어진다. 압록에서 출발해 임도와 농로, 강변길을 번갈아 이동하면 종착지는 주암댐이다.
해당 구간은 완전히 정비된 길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지도나 표지판 확인이 필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인파가 몰리지 않아 조용한 자연환경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
트레킹은 압록 또는 대황강 출렁다리 중 원하는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일정에 맞춰 구간 조정이 가능하다.
대황강 출렁다리는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전용 주차장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인근 마을 공용주차장 또는 주변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따로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접근성 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보행자 전용 인도교를 따라 걸으며 단풍과 강물, 숲길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가을, 대황강 출렁다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