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무더운 한여름에도 가볼 만하다더라”… 300만 그루 사이로 걷는 8월 편백숲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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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추천 여행지
출처 : 연합뉴스, 촬영 임헌정 기자 (축령산 전망대)

한여름 숲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나무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햇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려주는지, 걷기 좋은 탐방로가 갖춰져 있는지, 숲 자체에 어떤 이야기가 축적돼 있는지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수십 년 된 편백과 삼나무가 20∼30m 높이로 자라 빽빽한 그늘을 만드는 숲이라면 8월에도 충분히 찾아갈 이유가 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거대한 숲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집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전쟁과 벌목으로 황폐해진 산에 195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 동안 편백과 삼나무, 낙엽송 등 약 300만 그루를 심으면서 오늘날의 숲이 만들어졌다.

조림 면적만 240㏊에 달하며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편백·삼나무 인공조림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여름에는 편백숲을 걷는 여행지로서의 가치도 높다. 편백과 삼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고 숲 안으로 2km 안팎의 데크길이 이어져 있으며, 9개의 테마숲까지 조성돼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 임헌정 기자 (축령산 전망대)

무더운 날씨에 방출량이 많아지는 피톤치드를 접하며 천천히 숲을 걷는 것도 이 계절만의 특징이다. 한 사람의 반생이 만든 거대한 편백숲이 오늘날 어떤 여름 여행지가 됐는지, 축령산 편백숲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축령산 편백숲

“한여름인데 숲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달라진다”… 300만 그루가 만들어낸 이색 피서여행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김지호 (장성 축령산 편백숲)

해발 621m의 축령산은 장성군 서삼면과 북일면 일대에 걸쳐 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편백·삼나무 인공조림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10년에는 국립 치유의 숲으로 지정됐다.

현재의 숲을 만든 인물은 독림가 춘원 임종국 선생이다. 일제강점기의 무분별한 벌목과 6·25전쟁 등을 거치며 황폐해진 산을 되살리기 위해 1950년대 중반부터 사재를 들여 조림에 나섰다.

그는 20여 년에 걸쳐 약 240㏊에 편백과 삼나무, 낙엽송 등 약 300만 그루를 심었다. 한때 민둥산이었던 곳이 지금의 울창한 숲으로 바뀐 배경이다.

편백숲으로 진입하는 길은 모암마을과 대덕마을 등 주변 4개 마을에 모두 7곳이 있다. 북일면 금곡 주차장에서는 중앙 임도를 이용해 숲으로 접근할 수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 이동경 기자 (변동해 선생)

숲 안에는 조림 초기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깊이 약 1.5m의 우물도 남아 있다. 60년 넘는 세월을 간직한 장소로 주변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우물터 아래 느티나무에는 임종국 선생의 수목장이 자리한다. 1987년 전북 순창의 선영에 안치됐다가 산림청의 권유로 2005년 자신이 평생 가꾼 숲으로 이장됐다. 국내 두 번째 수목장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김영금 여사는 몇 걸음 떨어진 상수리나무 아래 안장돼 있다. 남편과 합장할 경우 나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따로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숲을 조성한 부부가 자신들이 가꾼 나무 아래에 잠들어 있다는 점도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 김지호 (장성 축령산 편백숲)

숲의 규모를 확인하려면 전망대를 찾는 것이 좋다. 전망대에 오르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편백과 삼나무 군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성장한 나무 가운데 상당수는 높이가 20∼30m에 달한다.

본격적으로 걷고 싶다면 테마숲과 데크길을 활용할 수 있다. 미로의 숲을 지나 국립장성숲체원 산림치유센터 방향으로 이어지는 약 2km의 데크길은 대표적인 탐방 구간이다. 길은 ‘갈 지'(之)자 형태로 숲 사이를 통과한다.

축령산에는 모두 9개의 테마숲과 3곳의 데크길 코스가 마련돼 있다. 임도와 데크길을 적절히 연결하면 자신의 체력과 일정에 맞춰 숲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숲내음숲에서는 편백 특유의 향을 비교적 짙게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편백 향과 피톤치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피톤치드 자체에는 향이 없으며 휘발성을 지닌 물질이다. 무더운 날씨에는 방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여름철 편백숲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 임헌정 기자 (임종국 선생 수목장)

숲길 주변에는 영화와 광고 촬영지로 활용된 장소도 있다. ‘태백산맥’, ‘쌍화점’ 등의 영화가 이 일대에서 촬영됐으며 숲을 배경으로 한 광고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인근 금곡영화마을은 1950∼1960년대 농촌마을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등 여러 작품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편백숲과 함께 하루 코스를 구성하고 싶다면 차로 약 20분 거리의 장성호를 연계할 수 있다. 장성호는 영산강 지류인 황룡강 상류계에 조성된 인공호수다.

수변 데크길을 따라 명물인 옐로우 출렁다리까지 약 3km를 걷는 코스가 있어 산림 산책과는 다른 수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출처 : 장성군 문화관광 (옐로우 출렁다리)

인근에는 금곡마을의 세심원도 있다. 청담 변동해 선생이 1999년 버려진 움막을 편백과 황토로 고쳐 만든 공간으로, ‘마음을 씻는 곳’이라는 뜻을 지녔다. 변 선생은 여러 개의 열쇠를 만들어 마음 수행이 필요한 이들에게 약 20년 동안 이곳을 무료로 개방했다.

2017년에는 축령산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순동으로 제작한 빗자루 형태의 ‘세심비’도 세웠다. 빗자루로 먼지를 쓸듯 탐욕을 덜어내자는 의미가 담긴 조형물이다. 주변에는 황토와 편백을 활용한 펜션 ‘휴림’도 운영되고 있다.

여행 동선을 넓히면 백양사까지 연결할 수 있다. 백양사 입구의 쌍계루와 연못 주변에는 애기단풍이 자리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을, 가을에는 붉은 단풍 풍경을 보여준다.

쌍계루와 백학봉, 연못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특히 가을철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 임헌정 기자 (쌍계루)

300만 그루의 나무와 240㏊의 조림지, 9개의 테마숲과 3곳의 데크길은 이곳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수십 년의 조림 역사가 축적된 숲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8월에는 뜨거운 도심을 벗어나 한 사람이 반생을 들여 만든 거대한 편백숲 속에서 여름 숲의 가치를 직접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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