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니, 사진 찍기 너무 좋죠”… 1761년 지어진 고즈넉한 정자명소, 최근 사진작가 사이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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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추천 여행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심수연 (체화정)

겨울 공기가 깊어질수록 여행의 결은 달라진다. 화려한 축제나 북적이는 거리보다, 마음을 가만히 다독이는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더 오래 남는다.

12월의 풍경은 잎을 떨군 나무와 낮아진 햇빛 덕분에 건축의 선과 마당의 구조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런 계절에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고요한 정자와 연못으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한 정자는 ‘형제간의 우애’라는 분명한 주제를 품고 있어 방문의 이유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이곳은 단지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가족의 정과 삶의 태도를 건축과 조경으로 기록해 둔 현장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조선 후기 학자가 만년에 형과 함께 머물며 우애를 다졌다는 배경은 겨울 여행의 정서를 한층 깊게 만든다. 형제간의 아름다운 우애가 깃든 정자, 체화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안동 체화정

“시경에서 이름 따온 정자, 가족 간 정서 회복 위한 조용한 여행지로 적합”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풍산태사로 1123-10에 위치한 ‘체화정’은 조선 후기 학자 이민적이 1761년에 지은 정자다.

체화정이라는 이름에서 ‘체화’는 상체지화의 줄임말로, 형제간의 우애와 화목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시경』의 뜻을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민적은 만년에 큰형 이민정과 함께 이곳에서 지내며 형제 사이의 정을 다졌고, 그 삶의 태도가 정자의 이름과 공간 구성에 고스란히 담겼다. 체화정은 개인의 취향이나 장식보다 관계와 예절을 중심에 둔 정자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건물 구조는 실용성과 개방감을 함께 갖췄다. 체화정은 가운데 온돌방을 중심으로 양옆에 마루방이 배치돼 있으며, 앞쪽에는 툇마루를 내고 난간을 둘렀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특히 온돌방과 양쪽 마루방 사이에는 들문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공간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가운데 온돌방의 문을 들어 올리면 내부가 완전히 개방되도록 설계돼 계절과 상황에 맞춰 공간의 성격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창호의 디테일은 체화정의 세심함을 상징한다. 온돌방 문 가운데에는 ‘눈꼽째기창’이라는 작은 창을 더 냈다.

이 창 덕분에 문을 열지 않아도 바깥을 내다볼 수 있어 겨울처럼 찬 바람이 거센 계절에도 내부의 온기를 지키면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자라는 공간이 단지 풍류를 위한 배경이 아니라, 생활의 편의까지 고려한 주거적 감각을 지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현판 또한 체화정의 상징성을 강화한다. 앞쪽에 걸린 현판은 사도세자의 스승이었던 안동 출신 학자 유정원이 썼다. 정자 안에는 ‘담락재’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조선의 대표 서화가 중 한 명인 김홍도가 썼다고 전해진다.

담락재 현판에는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야 부모에게 참된 도리를 다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건축과 글씨가 한 공간에서 연결되며, 체화정이 지닌 가치가 단순한 유산을 넘어 삶의 윤리로 확장된다.

체화정의 앞마당은 조경에서도 선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정자 앞에는 네모난 연못을 팠고, 연못 가운데에는 세 개의 둥근 섬을 조성했다. 네모난 연못과 둥근 섬의 대비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세 개의 섬은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상징한다. 이 조경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인식이 생활공간과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주는 설계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체화정)

체화정의 평면 형식과 독특한 창호 구성이 이 연못과 어우러지며 전통 조경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휴일은 연중무휴로 안내돼 있다. 겨울의 고요 속에서 형제간의 아름다운 우애와 전통 건축의 정수를 함께 마주하고 싶다면, 12월 여행지로 체화정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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