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추천 여행지

새벽녘 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능선 위, 은빛 억새가 바람에 흔들릴 때면 누구도 말없이 그 장면에 빠져든다.
제주 동부 중산간의 한적한 자락에 자리한 ‘백약이오름’은 이름처럼 수많은 약초가 자생하는 생태의 보고이자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 명소다.
특히 겨울의 백약이오름은 여느 때보다 고요하고 단단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 잠든 듯한 식생들 사이로 길게 뻗은 나무 계단이 정상 직전까지 이어지며 등반객의 시야를 멀리 성산일출봉과 한라산까지 확장시킨다.
무엇보다도 인공적인 손길이 적은 덕분에 사람의 발길에도 자연은 제 자리를 지켜낸다. 더는 오를 수 없는 정상 대신, 멈춰야 하는 계단 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그 절제된 아름다움과 생태 보전의 노력이 공존하는 트레킹 명소, 백약이오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백약이오름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중산간 오름, 인근 오름까지 묶어 즐기면 더 좋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백약이오름’은 해발 500미터 남짓의 오름이다. 오름 중에서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지형 자체가 분화구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퍼져 있어 걷는 길이 부담스럽지 않다.
이 오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 생태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100여 종에 달하는 약초가 자생한다고 전해지며 ‘백약이오름’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도 각종 식생이 보호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현재는 정상부와 분화구 능선 일대에 대한 출입이 무기한으로 제한돼 있다. 이는 식생 복원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조치로, 탐방객들은 정상 직전의 계단까지 오를 수 있으며 그 너머는 눈으로만 감상해야 한다.

탐방로의 시작은 너른 초입을 지나 나무 계단으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특히 사진 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으로, SNS상에서도 ‘억새 오름’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에 절정을 이루는 은빛 억새의 향연은 겨울이 되면 서걱대는 줄기와 함께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탐방 시간은 왕복 기준으로 약 30분에서 40분 정도로, 날씨나 개인 체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초보자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난이도다.
길이 완만하고 오름 자체가 비교적 단정하게 정비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꾸준히 찾는다.

또한 주변에는 용눈이오름과 아부오름 등 중산간 지역의 또 다른 매력적인 오름들이 인접해 있다.
하루 일정을 여유롭게 계획하면, 백약이오름을 시작으로 이웃 오름들까지 연이어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입구 인근에는 유료로 운영되는 사유지 주차장이 있으며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무료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오름 이용 자체는 누구나 가능하다.
단, 생태 보호를 위해 지정된 탐방로 외의 구간으로 진입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운영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일출 전후나 일몰 무렵 탐방은 안전을 위해 피하는 것이 좋다.

자연의 품에서 잠시 머무르고 싶다면, 겨울의 정적 속에 살아 숨 쉬는 백약이오름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