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4.2% 1년만에 최저치 기록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하락 영향이 커
공공요금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 기록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3월 이후 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4%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인 ‘근원물가’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벌써부터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악재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내놓은 ‘소비자물가동향'(2023년 3월)에서 올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2%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4.8%의 상승률을 보인 지난 2월보다 0.6%p 낮아진 결과다.
이는 지난해 3월 기록한 4.1%p 이후 1년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4월 부터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현재 점차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에는 석유류의 가격이 내려간 영향이 크다. 석유류는 1년 전과 비교시 14.2% 내렸고, -1.1%를 기록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20년 11월의 -14.9%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특히 휘발유(-17.5%), 경유(-15.0%), 차량용 LPG(-8.8%)등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가공식품의 경우 전월 10.4%에서 1.3% 낮아진 9.1%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지만 전월 보다 둔화된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영향에 공업제품은 2월 5.1%에서 3월 2.9%로 상승률이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물가 상승률은 둔화한 반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월(28.4%)에 이어 28.4%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서비스는 전월 5.7%보다 0.1% 오른 5.8%를 기록했다.
외식은 전월 7.5% 대비 0.1%하락한 7.4%를 기록하긴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고, 외식 외 개인서비스 또한, 4.4%를 기록한 전월대비 4.6%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키웠다.

기본 생필품인 쌀·배추·쇠고기 등의 평균 가격 변동으로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5.5%보다 1.1% 낮은 4.4%를 기록하며 둔화된 상승폭을 보였다. 근원물가는 4.8%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계 측에서는 물가 둔화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치인 근원물가 지수는 전월과 동일한 4.8%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으면 물가의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체 소비자 물가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은 커 보이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제 원자재 가격, 공공요금 인상,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 부문 가격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아직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 또한,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며 국제유가,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등 변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2분기 공공요금 인상 보류…에너지기업 부채 빨간불
정부가 이번 2분기에 공공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인상 보류로 인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경영위기를 맞게 될 상황에 놓였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이번 2분기 인상을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있었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이 다가오기 전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기 사용량이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판단되는 3분기에 인상할 경우 국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 비율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부실하게 되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고, 한전과 가스공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만큼 국민들에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
지난 달 31일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4.66%, 1.63% 의 주가가 하락했다. 정부가 2분기 에너지 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면서 생긴 결과다.
전기·가스요금은 에너지 공기업이 원가 변동분을 반영한 인상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승인하게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당이 결정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공공요금 인상 여부는 지금 바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하향 추세에 있는 것도 고려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일 정부는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 및 요금 인상 보류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회의 시작 49분전 돌연 취소됐다.
이에 산업부 측은 “예상보다 종합 점검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불가피하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3일 예정되었던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역시 취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