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와의 격차 좁힌 현대차ㆍ기아
미국서 돌풍일으킨다, 경쟁 심화 예상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 판매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보이며 미국 시장 내 존재감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 10월 이들 두 회사는 14만7,61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으며, 이는 역대 10월 최고 판매 기록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한 2만1,679대로 월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이브리드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돌풍에는 투싼 HEV의 활약이 컸는데, 이 모델은 110.1% 증가한 6,790대를 판매해 최대 판매 실적을 경신했다.
기아의 카니발 HEV도 새롭게 출시되며 1,941대가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전기차 판매량도 무시할 수 없다. 10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9,985대가 팔리며 30.3% 증가했으며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과 EV6도 각각 2,000대 가까이 팔리며 친환경차 확대의 주력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로써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총 3만1,66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10월 기준 친환경차의 전체 판매 비중은 21.5%에 달하며 이 역시 전년보다 상승한 수치다.
현대차는 투싼, 아반떼,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이 판매를 견인했으며, 기아는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쏘렌토가 두각을 나타냈다.
유럽에서의 성과도 눈에 띈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독일의 자동차 전문 매거진 아우토 자이퉁의 하이브리드 SUV 비교평가에서 일본 경쟁 모델들을 제치며 최상위를 차지했다.
평가에서 싼타페는 차체ㆍ주행 편의ㆍ역동적 주행 성능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거주성, 트렁크 용량 및 안전사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2위 닛산 엑스트레일을 큰 점수 차이로 따돌렸다.
이에 대해 아우토 자이퉁의 엘마 지펜 편집장은 “현대차 연구원들이 시장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결과로, 싼타페는 넓은 공간, 뛰어난 안전성과 승차감을 제공하며 경쟁 모델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유럽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아성을 흔드는 현대차의 성과는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도요타가 여전히 시장점유율 58%로 압도적이지만, 현대차·기아가 그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올해 1~10월 동안 현대차·기아의 미국 HEV 시장 점유율은 11.5%로, 작년 말 한 자릿수에서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현대차·기아는 토요타와의 격차를 줄이며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 CEO는 “미국 대선 등의 변수로 소비 심리가 다소 위축된 상황이지만,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판매 호조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파커 CEO는 “선거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긍정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기아의 상승세는 일시적인 기록 경신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며 내년에도 일본 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와 SUV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