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한 기세
경쟁 심화, 경기 침체

유럽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 현대자동차그룹이 1월 판매 감소라는 암초를 만났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 유럽 시장에서 8만329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점유율도 흔들리고 있다.
1월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99만5271대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으며,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8.4%로 0.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기아의 타격이 컸다. 기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감소한 4만1762대를 판매하며 점유율이 4.4%에서 4.2%로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는 4만1535대를 판매하며 0.6% 감소에 그쳤고, 점유율도 4.2%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모델별로 보면 SUV가 여전히 주력 판매 차종이었다. 현대차는 투싼(8449대), 코나(5452대), i10(4224대) 순으로 많이 팔렸다. 기아는 스포티지(1만1356대), 씨드(7363대), 모닝(6380대)가 주력 모델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친환경차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투싼의 경우 판매량 8449대 중 절반 이상인 5519대가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이었다.

코나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을 합쳐 4521대가 팔렸다. 기아 역시 EV3(5006대), 니로(3780대), EV6(1464대) 등 전기차 라인업이 점차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판매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 단계를 지나 일시적인 수요 정체 현상, 이른바 ‘캐즘(Chasm)’에 접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자동차 업계의 경쟁 심화까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을 강화해 점유율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유럽 시장 돌풍’이라 불리던 현대차·기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지금, 이들이 어떤 전략으로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