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2위 회복
‘모델Y’가 이끈 부활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현대차를 제치고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테슬라는 전년 대비 81%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테슬라는 2024년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에서 2만 9754대를 기록하며 현대차(2만 9685대)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이는 2017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2만 대를 넘긴 기록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1위는 3만 5785대를 기록한 기아가 차지하며 2년 연속 선두를 지켰다.
테슬라의 성과는 모델Y의 활약 덕분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Y는 지난해 1만 8717대가 등록되며 베스트셀링 전기차 1위에 올랐다.
모델3도 1만 502대가 판매되며 5위를 기록, 테슬라의 전반적인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테슬라는 2020년 한 차례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1만 1826대를 기록하며 현대차(9604대)와 기아(3509대)를 제쳤지만, 이후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아이오닉5와 EV6를 앞세우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 결과 테슬라는 3년간 3위 자리를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모델Y와 모델3의 꾸준한 인기로 다시 2위에 복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테슬라의 부활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다른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의 부진 때문이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는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
2023년 9184대를 기록했던 벤츠는 지난해 4507대에 그치며 51% 감소했고,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BMW는 6353대로 4위, KG모빌리티는 6189대로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의 변화가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환경부는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우대하고,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에는 제한을 두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아의 EV6는 최대 58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테슬라의 경우 170만 원 정도로 제한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단순한 판매 경쟁을 넘어 기술력과 정책 변화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는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보조금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출시와 같은 전략적 변화가 없다면, 테슬라의 현재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등에 업고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다시 한번 국내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는 날이 올지, 아니면 현대차와 기아가 수성을 넘어 더 큰 격차를 만들어낼지, 2025년 전기차 시장의 흐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