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명의로 고가의 슈퍼카 등록
최소 3억 원부터 6억 원 까지…
법인, 연두색 번호판 공론화로 초비상
법인 차량은 감가상각비, 차량 유지비 등을 비용으로 처리하여 세금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점을 이용해 회사의 오너 등 개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해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이러한 우려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선공약으로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으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3억 원 이상의 법인 보유 슈퍼카들을 집계한 결과, 연두색 번호판의 공론화 이후 등록이 급증한 것이 확인되었다.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슈퍼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현재까지, 남양연구소를 포함하여 현대자동차가 있으며, 이 중 3억 원 이상의 가격대를 가진 차량이 6대 확인됐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부터 벤츠 마이바흐, 그리고 7억 원을 초과하는 가격대의 롤스로이스까지 다양한 차종이 확인됐다.
이러한 고가의 차량들은 지난해에는 1대가 등록되는데 그쳤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추가로 5대가 등록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연구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고가의 차량들을 구매한 것이라 했는데, 특히 최근에는 제네시스 등의 차량 고급화를 강조하여 슈퍼카 구매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업종의 특성상 자동차 개발과 관련된 업무이기에 고가의 차량을 보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같이 자동차와 관계가 있는 업종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동차 산업과는 관계없는 업종에서도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먼저, LS그룹의 케이블 제조 계열사인 LS전선이 지난 5월, 3억 1천만 원 상당의 벤츠 마이바흐를 신규 등록한 것이다.
또한, 정유업을 하는 GS칼텍스도 지난해 11월 벤츠 마이바흐를 등록하였으며, 섬유 제조업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1년에는 약 6억 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등록한 바 있다.
이 같은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게된 이유에 관해서 기업에서는 모두 의전용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CJ그룹은 계열사인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에서 벤츠 마이바흐를 모두 합쳐 6대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히 자동차와는 관련이 없는 업종에서 3억 원을 넘는 고가 차량을 구매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 전, 전시 차량이라도 구입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법인들
2023년 6월 말을 기준으로, ‘차량 리스 및 렌털 업종’ 외의 법인이 보유한 3억 원 이상의 승용차는 총 601대로 집계되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연평균 30여 대에서 많게는 50여 대가 등록 되었다가 지난해부터 등록이 가파르게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2배가 넘는 96대가 등록되었고,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반년 동안 115대가 등록되어 지난해 1년간의 등록 대수를 벌써 뛰어넘었다.
이에, 작년 1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법인명의로 고가의 승용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연두색 번호판 도입을 공론화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공론화 이후로 법인의 3억 원 이상의 슈퍼카 등록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발견 되었다.
이는 법인들이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되기 전에 미리 급하게 차량을 등록하는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연두색 번호판은 올해 안으로 도입되더라도, 이미 이전에 등록된 차량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번호판 부착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연두색 번호판과 관련해서 국토부가 행정예고를 준비 중이며, 예고 후 특별한 법 개정 없이 국무조정실의 규제 심사만 거치면 즉시 시행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피하고 싶은 경우 제도가 시행되기 전 가능한 빠르게 차량을 등록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차량 구매를 문의해 보면 빠르게 차량을 받길 원하는 법인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3억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차라도 구매하려는 일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수입차 매장 판매 직원은 “8월 말까지의 슈퍼카 등록이 엄청나게 밀려있다. 지금 번호판 관련한 문의가 많아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개인 명의로 구매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오래걸려도 상관없이 기다리시는데, 법인 명의로 구매하시려는 분들은 전시차라도 가져가시려고 한다.”고 전했다.
연두색 번호판 실효성에 대한 지적
연두색 번호판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급 적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실제로 쉽지는 않다.
기본적인 법 체계는 법률이나 규제를 통해 미래에 발생할 사안을 규제하는 원칙인 ‘장래효’, 즉 미래에 발생할 사안을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연두색 번호판 도입 전에 차량을 빠르게 등록하여 법인들이 제도 시행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연두색 번호판만으로는 법인 차량의 사적 이용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번호판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개선이 보장되지 않고 주행 거리, 목적지, 운전자 신원 등 다양한 요소들을 수시로 관리 감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사안은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지적되고 있는 구멍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할 수 있으며, 연두색 번호판 도입에 대한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관리와 감독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